불두화의 전설
옛날, 어느 부둣가에서 한 노파가 주막을 열고 있었습니다.
그 노파는 돈을 벌려는 목적보다도 이웃 돕기를 즐기는 성품이라, 춥고 배고픈 사람에게 인정을 베푸는 일에 힘을 쏟았습니다.
어느 날 노파는 여느 때처럼 아침 일찍이 주막의 문을 열었습니다.
그러자 낡은 누더기를 입은 노인이 주막으로 기듯 이 들어섰습니다.
"먹을 것을 좀 주십시오."
그 행색으로 보아서 노인은 밥값을 낼 처지가 아닌 듯했습니다.
하지만, 노파는 밥 한 그릇과 국 한 대접 그리고 반찬 몇 가지와 막걸리도 한 사발 곁들여서 내놓았습니다.
노인은 바람에 게눈 감추듯이 그 음식을 맛있게 먹고 나서는 입을 닦으며 말했습니다.
"너무 시장 해서 밥을 청했지만, 사실은 밥값이 없습니다.
어떻게든 밥값을 하고 싶습니다. 무슨 좋은 방법이 없겠습니까?"
노파는 웃으며 대답했다.
"아무 걱정도 마십시오. 나중에 이곳을 지나시는 길에 들려 갚아 주세요."
노인은 고마 움을 얼굴에 가득 담고서 노파를 지긋이 바라보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정말로 고맙습니다. 하지만, 공짜로 밥을 먹어 서야 되겠습니까?
보아하니 내년 유월 경에 할머니의 손자가 종기로 말미암아서 크게 앓을 것 같습니다.
그때 앞산에 있는 절의 뒤 숲으로 저를 찾아오시면 아이의 병을 낫게 할 약을 드리겠습니다."
노인은 그 말 한마디를 남기고 떠났습니다.
노파는 그 말을 반신반의하고 말았는데...
다음 해 유월이 되자 그의 말대로 손자가 종기로 말미암아 크게 고생을 하게 되었습니다.
노파는 지난 해 노인이 일러준 말을 기억 하고는 절 뒤 숲으로 찾아가니 웬 나무가 흰 꽃을 가득 피웠는데,
지난해 왔던 그 노인을 닮은 듯했습니다.
노파는 그 나뭇잎을 따다가 종기에 붙이니 씻은 듯이 나았다고 하는데
그 나무가 바로 ‘불두화’였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