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초의 전설
옛날, 백두산 속 깊은 골짜기 외딴집에 젊은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사이 좋게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 무렵 며느리가 부엌에서 밥을 지으려는 데 별안간 ‘휙’ 하는 소리가 나더니
집채만한 호랑이 한 마리가 부엌으로 뛰어들었다.
호랑이는 왕방울 만한 눈을 부릅뜨고 입을 쩍쩍 벌리며 며느리를 노려보았다.
며느리는 기겁을 하여 호랑이 앞에 넙죽 절을 하며 말했다.
“호랑이 님 배가 고프면 나를 잡아먹으시고 우리 시어머니만은 해치지 말아 주십시오.”
그러자 시어머니가 방에서 나와 호랑이 앞에 꿇어 엎드리며 말했다.
“아닙니다. 호랑이 님, 쓸모 없는 이 늙은이를 잡아먹으시고 우리 며느리는 꼭 살려 주십시오.”
호랑이는 사람의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밖으로 나가더니 고개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며느리와 시어머니도 호랑이를 줄레줄레 따라갔다.
고개 너머에 이르자 호랑이가 멈추어 섰다.
며느리와 시어머니는 나란히 호랑이 앞에 눈을 감고 꿇어앉았다.
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런 반응이 없어 눈을 떠 보니 호랑이는 입만 크게 벌리고 있을 뿐이었다.
이상하게 여겨 호랑이 입안을 들여다 보니 목구멍에 헝겊 뭉치 같은 것이 꽉 막혀있는 것이 아닌가?
“아, 이것을 빼달라는 것이었구나.”
며느리는 얼른 손을 넣어 그 헝겊 뭉치를 빼내어 멀리 던져 버렸다.
목구멍이 시원해진 호랑이는 고개를 숙이며 몇 번인가 고맙다는 뜻을 전하고는 돌아 가려다가 목구멍에서 빼낸 헝겊 뭉치를
다시 물어다가 며느리 앞에 놓았다.
“이까짓 헝겊 뭉치가 무슨 소용이 있담!”
며느리는 다시 그것을 던졌다.
그러자 호랑이는 얼른 그것을 물어다 며느리 앞에 가져다 놓았다.
며느리가 이상하게 여겨 헝겊 뭉치를 풀어 보니 그 속에 길쭉하고 까맣고 자잘한 씨앗이 가득 들어 있었다.
“오, 이것을 가져다 심으라는 뜻이었구나.”
며느리는 호랑이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그 씨앗을 가져다가 뜰에 심었다.
풀을 뽑아 주고 알뜰하게 가꾸었더니 몇 년 뒤 초여름에 환하고 향기로운 꽃이 가득 피어났다.
어느 날,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그 꽃 앞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그 호랑이가 다시 나타났다.
며느리가 호랑이한테 물었다.
“호랑이 님, 이 꽃씨는 백두산에서 가져 온 것이지요?”
호랑이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다면 우리한테 주려고 씨를 헝겊에 싸서 가져오다가 고개를 넘을 때 목구멍에 걸렸던 것이로군요.”
호랑이는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 꽃나무의 잎을 따서 물에 달여서 먹으면 좋은 약이 되겠군요.”
호랑이가 머리를 끄덕였다.
“정말 고맙습니다.”
며느리는 호랑이한테 집에서 키우던 닭을 몇 마리를 주었다.
호랑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고맙다는 인사를 한 뒤에 사라져 버렸다.
그 뒤로부터 며느리와 시어머니는 그 나무의 잎을 따서 조금씩 물로 끓여 마셨는데 마실수록 몸에서 힘이 솟고
온갖 병이 없어지며 늙지 않고 오래오래 살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나무의 이름을 만가지 병을 치료한다 하여 ‘만병초’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