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 전설
[1]
까마득히 멀고도 먼 옛날 한 시골에 기울어 가는 오막살이집 한 채가 있었습니다.
이 집에는 홀로된 어머니가 개나리 라는 딸과 두 명의 사내애를 데리고 살았습니다.
워낙 집이 가난한 데다 그 해는 흉년이어서 인심마저도 삭막 하였습니다.
쌀독에 곡식이 떨어진지 오래 되었고, 초근못피로 겨우겨우 입에 풀칠을 하며 어려게 살고 있었는데
하늘같이 믿고 있던 아버지마저 세상을 뜨니 살아갈 길이 더 욱 막연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어디 나가서 삯방아나 삯바느질을 하려 해도 사람들은 아무런 일거리도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어머니는 눈물과 한숨으로 끼니를 때우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철없는 어린것들은 배가 고파서 어머니 옷자락을 부여잡고 밥 달라고 목놓아 울었습니다.
어머니는 배고픔에 시달리는 애들을 가만히 앉아서 보고만 있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밭 한 뙈기 없었으니 들에 나가서 일할 수도 없고
남의 집 일을 하려 해도 시켜주는 사람이 없으니 두 손을 가지고도 남들처럼 일할 수도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어쩔 수 없이 밥 동냥을 다녀서 겨우 개나리의 세식구 목숨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동냥에 지쳐 아파서 드러눕게 되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여섯 살 난 개나리가 동냥질을 하게 되었으니 여전히 먹고 살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겨울날 세 식구는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서로를 꼭 껴안고는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아궁이의 불이 집을 태웠고 집은 흔적만이 남았습니다.
다음 해 봄 개나리네 집터에서는 이전에 보지 못했던 꽃나무가 자랐습니다.
바람에 하늘거리 는 가는 나무가 자라더니 잎술이 네 개인 노란 꽃이 방긋하게 피어났습니다.
이 나무는 앙상하게 뼈만 남은 개나리네 집 사람들 처럼 몹시 가늘었고
꽃잎 술은 식구 수만큼 네 개였습니다.
사람들은 이 후 이 꽃을 개나리라 불렀습니다.
[2]
옛날 어느 부잣집에 중이 시주를 청하러 갔다.
그런데 부잣집 주인은 "우리 집에는 개똥도 없소"라며 박대를 하였다.
그러나 이웃의 가난한 사람은 정성껏 시주를 했다.
그러자 중이 짚으로 바구니를 하나 만들어 주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 속에는 신기하게도 계속해서 쌀이 쏟아져 나와 가난했던 사람은 금방 부자가 되었다.
이런 사실을 전해들은 이웃 부잣집 주인이 몹시 원통해 했다.
이듬해에 그 중이 다시 부잣집으로 시주를 청하러 갔다.
이번에는 부잣집 주인이 쌀을 시주하자, 중은 역시 짚으로 바구니 하나를 만들어 주었다.
부잣집 주인이 열어 보니 그 속에는 쌀 대신 개똥이 가득 들어 계속 흘러 나왔다.
주인이 놀라서 그것을 울타리 밑에다가 묻어 버렸는데...
거기에서 개나리 나무가 돋아나 자라서 꽃을 피웠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