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화의 전설
옛날 어느 마을에 태어나면서부터 곱사등인 '채송'이라는 소녀가 있었습니다.
부모들이 이웃 사람들에게 부끄럽게 생각을 하여 채송이를 골방에 가두었습니다.
채송이는 나이가 들어서 처녀가 되었지만, 밖으로 나가 본적이 없었으며 늘 갇혀 지냈기 때문에
다리가 발육이 되질 않아서 일어서지도 걷지도 못하는 앉은뱅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의 어머니가 “너도 이제 자랐으니 밥값은 해야 된다.” 하면서 닥나무 껍질로 실을 꼬아 돗자리를 만들게 했습니다.
날마다, 닥나무 껍질을 벗기고 쪼개서 실을 꼬고 그것으로 또 돗자리를 짜느라고 손발이 부르트고,
상처가 생겨서 짓무르고 피가 나고 고름이 생기곤 했지만 부지런히 일을 했습니다.
어머니한테서 배운 솜씨(기술)였지만 채송이가 만든 돗자리는 어머니 것보다도
더 예쁘고 튼튼하게 잘 만들어졌기 때문에 장에 내다 팔면 언제나 값을 많이 받았습니다.
채송이가 돗자리를 짜서 내다팔자 생활은 매우 윤택 해졌는데, 그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아버지가 이내 새 어머니를 맞아 들이셨는데, 그 새어머니는 매우 표독스러운 여자였습니다.
어느 날 잠자리에서 새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나즈막 하였지만 심각하게 말하였습니다.
“저 병신(채송이)이랑 함께 살수 없으니 갖다 버리세요.”
“병신이지만 돗자리를 잘 짜니 우리에게 도움이 될것이요.”
“그래도 싫어요. 버리지 않으면 내가 이 집을 떠나겠어요.”
채송이는 아버지와 새 어머니가 하시는 대화를 엿듣고서는 매우 슬퍼졌습니다.
“나는 걸음도 못 걷는 병신이라 곧 버림을 받게 되면 죽고 말텐데...”
걱정을 하면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실을 꼬았습니다.
손의 상처에서 솟아나는 피로 물들인 붉은 실과, 고름으로 물들인 노란 실, 그리고 눈물로 물들인 흰 실을 꼬아서
실 뭉치를 지어 두었습니다.
아침이 되자 아버지가 채송이를 업고서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채송이는 아버지가 눈치 채지 않게 빨간색 실의 한 끝을 문고리에 붙들어 맺습니다.
그리고 업혀가는 동안 줄 곳 실을 풀었습니다.
아버지는 숲속의 커다란 나무 아래에 채송이를 내려놓고서 말했습니다.
“새 어머니가 너와 함께 살기 싫다는 구나.”
그러면서 개떡이 든 보퉁이를 주었습니다.
“이 떡을 먹고 떡이 다 떨어지거든 굶어 죽을 수밖에 없겠구나...”
아버지는 슬퍼했지만 새 어머니의 강박이 무서워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밤이 되어 어둡고 추워지자 채송이는 슬프게 울었습니다.
지나가던 여우가 물었습니다.
“아가씨. 왜 울고 계세요?”
“아버지가 나를 이 곳에 버렸단다.”
“제가 지금 배가 고파요. 음식이 있거든 주세요.”
개떡 보퉁이를 내 주었습니다.
“저는 한 개만 먹으면 되니 아가씨도 먹으세요.”
“아니야. 나는 이제 곧 죽을 테니 먹지 않아도 된다. 네가 다 먹고 힘내서 씩씩하게 잘 살아라.”
여우가 떡을 다 먹고서 말했습니다.
“제가 집에 데려다 드리겠어요. 집이 어디예요?”
“이 실을 따라가면 된단다.”
집에서 떠나 올 때부터 주~욱 풀어 두었던 실 끝을 여우에게 주었습니다.
여우가 채송이를 등에 태우고 그 실을 따라서 집에까지 데려다 주었습니다.
“아~ 네가 돌아왔구나.”
아버지가 반가워했습니다만, 새 어머니는 크게 화를 냈습니다.
“다시 돌아오지 못하게 더 먼 곳에 갖다 버리세요.”
아버지와 채송이는 매우 슬퍼했습니다만, 다음날 아침에 다시 아버지의 등에 업혔습니다.
이번에도 아버지 모르게 노란색 실 끝을 문고리에 묶었습니다.
그리고서는 업혀가는 동안 계속해서 꾸리를 풀었습니다.
아버지가 이번에는 어느 바닷가에 이르러서 내려놓고 개떡이 든 보퉁이를 주면서 말했습니다.
“부디 (죽어서) 좋은 곳으로 가렴.”
아버지가 가 버리고 이내 밤이 되자 무서워서 또 울었습니다.
지나가던 늑대가 물었습니다.
“아가씨. 왜 울고 계세요?”
“아버지가 날 버렸단다.”
“제가 배가 고파요. 음식이 있거든 주세요.”
개떡을 내 주었습니다.
“저는 한 개만 먹겠어요.”
“아니야 다 먹어라.”
늑대가 떡을 다 먹고서 말했습니다.
“집이 어디예요? 제가 데려다 드리겠어요.”
“이 실을 따라가면 된단다.”
늑대에게 실 끝을 내 주었습니다.
늑대가 채송이를 등에 태우고 실을 따라서 집을 찾아 데려다 주었습니다.
“오~ 네가 살아서 돌아왔구나.”
아버지가 반가워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만, 새 어머니가 더욱더 화를 냈습니다.
“더 멀리, 먼 곳에 갖다 버리세요.”
다음날 아침에 또 아버지의 등에 업혔습니다.
이번에는 마지막으로 남은 흰색 실을 문고리에 묶었습니다.
그리고는 아버지가 걷는 동안 계속해서 꾸리를 풀었습니다만,
아버지가 바다를 건너는 동안에 그만 꾸리를 놓쳐 물속에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아버지는 바다를 건너서 섬에 채송이를 내려놓았습니다.
“새 어머니가 너를 싫어하시니 이번에는 돌아오지 말아다오.”
그리고 이번에는 떡을 주지도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떠나자 채송이는,
“아~ 이젠 실(표시)이 없으니 집에 돌아 갈수도 없게 되었구나.” 하면서 슬프게 울었습니다.
물속에서 돌고래 아저씨가 머리를 내 밀고서 물었습니다.
“예쁜 아가야. 왜 울고 있니?”
“아버지가 저를 이 곳에다 버렸어요.”
“집이 어딘데?”
“저 건너 육지예요.”
“그럼 내 목에 타렴. 내가 물을 건네 줄게.”
돌고래아저씨의 도움으로 바다를 건넜습니다만 집까지는 갈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또 울었습니다.
지나가던 염소할아버지가 물었습니다.
“얘, 젊은 아가야. 왜 울고 있니?”
“아버지가 저를 섬에 데려다 버렸는데,
돌고래아저씨의 도움으로 바다를 건너오기는 했지만 집에 돌아갈 수가 없어요.”
“집이 어딘데?”
“글쎄, 집에서부터 풀어서 표시를 해 두었던 실 꾸리를 잃어버렸어요.”
“호~오 그래? 그럼 나도 모르니 데려다 줄 수가 없구나.” 하면서 가 버렸습니다.
채송이는 울다 울다가 지쳐서 잠이 들었습니다.
지나가던 천사가 보고서 물었습니다.
“왜 여기서 자고 있니?”
“아버지가 저를 버렸는데, 다시는 집에 돌아오지 말라고 했어요.”
“그러면 내가 하는 나라로 데려다 줄게.”
천사는 채송이의 영혼을 데리고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여우와 늑대가 지나다가 채송이의 시체를 봤습니다.
“가엾어라! 우리에게 떡을 주었던 착한 아가씨가 죽어 있구나.”
둘이서 돌과 흙을 날라다가 덮어 주었습니다.
얼마 후에 그 무덤에서 풀 한 포기가 돋아나서 꽃을 피웠습니다.
풀은 키가 매우 작아서 땅 바닥에 거의 주저앉은 듯한 모습이었으며 꽃은 빨간색과 노란색이었습니다.
채송이의 영혼이 꽃이 되어서 피어났다고 하여 마을 사람들이 ‘채송화’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그리고 “참! 채송이는 앉은뱅이였지?” 그래서 앉은뱅이 꽂 이라고도 하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