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꽃의 전설
먼 옛날 꽃 나라 화왕이 궁궐 뜰에 세상에서 제일 큰 어화원(御花園)을 만들었습니다.
그 어화원에 세상에 있는 꽃은 한 가지도 빠짐없이 모아서 기르고 싶었습니다.
“천하의 모든 꽃들은 나의 어화원으로 모이도록 하라.”
화왕의 명령이 떨어지자 세상의 모든 꽃들은 어화원으로 모여 들었습니다.
그 무렵 서천 서역국에는 옥황상제의 명을 받고 세상의 모든 꽃을 모아 심어 가꾸는 꽃 감관이 있었습니다.
꽃은 갖가지 종류가 철 따라 아름답게 피기 때문에 산과 들은 물론 온 고을이 모두 꽃밭이었습니다.
꽃 감관의 집은 꽃에 파묻혀 있었습니다.
창 앞에는 모란과 옥매화를 심고 장독대에는 땅나리와 들국화를 가꾸었습니다.
울밑에는 봉숭아와 맨드라미를 심고 대문 밖에는 접시꽃을 심었습니다.
꽃은 제철에 맞추어 고운 색깔과 향기를 자랑하며 번갈아 피어났습니다.
꽃감관은 그 꽃들을 가꾸며 색깔과 모양과 향기가 더 좋아지도록 돌봐 주고 있었습니다.
화왕의 명령을 전해들은 꽃들은 술렁였습니다.
“우리도 그 어화원에 가서 살면 안 될까요?”
“감관님께서 허락하시지 않을 텐데. 어떻게 가요?”
꽃들은 어화원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꽃감관의 허락 없이는 갈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꽃감관은 계명산 신령님을 만나러 가고 없었습니다.
“어화원에는 내일까지 도착하는 꽃들만 받아 준대요.”
“감관님이 계시지 않으니 우리는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잖아요?”
샛노란 금매화가 다른 꽃들의 눈치를 보며 감관님 허락 없이 어화원으로 가겠다고 입을 여니까
연보라색 용담꽃도, 하얀색 금강초롱도, 진홍빛 개불란도 어화원으로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꽃들은 너도나도 어화원으로 가겠다나섰고 망설이던 꽃들도 모두 따라서 어화원으로 갔습니다.
순식간에 꽃으로 가득했던 산과 들이 텅 비었습니다.
꽃들이 떠난 뒤에 계명산 신령님을 만나러 갔던 꽃감관이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꽃들은 모두 가버리고 산과 들은 쓸쓸하게 비워져 있었습니다.
깜짝 놀란 꽃감관은 헐레벌떡 산과 들로 뛰어다니며 꽃들을 불렀습니다.
아무리 불러도 집안에는 메아리조차 없었습니다.
온갖 사랑과 정성을 기울여 가꾼 꽃들이 자취도 없이 몽땅 사라진 것입니다.
꽃감관은 슬퍼하며 마당 가운데 주저앉았습니다.
자기는 꽃들을 위해서 온갖 정성을 다 바쳤는데, 꽃들은 몰래 자기 곁을 떠났다는 사실에 큰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다리를 뻗치고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하늘 저편에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구름이 온통 꽃봉오리만 같이 보였습니다.
"아! 모두 나만 두고 어디로 갔단 말인가?“
그 때..어디에선가 작은 목소리가 들려 가만히 귀를 기울였습니다.
“감관님,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저는 여기 있습니다.”
대문 밖에서였습니다.
벌떡 일어나 대문 밖으로 나갔습니다.
울타리 밑에서 접시꽃이 방긋이 웃으며 꽃감관을 쳐다보았습니다.
참으로 반가웠습니다.
“야! 너였구나. 너 혼자니? 다른 꽃들은 모두 어디 갔니?”
“모두 감관님이 안 계시니까 제멋대로 화왕님의 어화원으로 갔습니다.”
“내 허락도 없이 가다니. 괘씸하구나. 그런데 너는 왜 떠나지 않았니?”
“저는 여기에서 감관님의 집을 지켜야지요. 저 마저 떠나면 집은 누가 봅니까?”
“고맙다. 진정으로 사랑해야 할 꽃은 너였구나.”
꽃감관은 혼자 남아서 집을 지켜 준 접시꽃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지금까지 나는 너에게 관심이 적었는데 너만 내 곁을 떠나지 않았구나.”
꽃감관은 그 때부터 접시꽃을 대문을 지키는 꽃으로 삼게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감관님! 저는 언제까지나 여기 있겠습니다.”
그래서 접시꽃은
지금까지도 대문 앞에 많이
심게 되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