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초꽃과 꿀벌의 전설
동네에 떠돌이 마술사가 왔다.
그 마술사는 챙 좁은 껌정 모자를 쓰고 매일매일 칼집에서 두 뼘이 넘는 칼을 뽑아 손잡이만 남을 때까지
입 속으로 조금씩 조금씩 집어 넣었다.
아줌마도 아저씨도 칼 손잡이만 남은 마술사의 입을 보며 박수를 쳤다.
그리곤 마술사 발 아래 돈 대신 꽃을 던졌다.
"전 돈은 안 받습니다. 대신 잘한다고 생각되면 꽃을 주세요."
마술사는 매일매일 칼을 먹기 전에 돈 대신 꽃을 달라고 했다.
마술사 는 손잡이만 남은 칼을 입 밖으로 다시 뽑아 들고 사람들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그리곤 천천히 동네 사람들이 던져준 꽃을 들여다 보았다.
그 날도 그랬다.
마술사는 챙 좁은 껌정 모자를 쓰고 칼을 먹었다.
칼 손잡이만 남은 마술사의 입을 보며 동네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마술사 발 아래 꽃을 던져 주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마술사는 갑자기 발 아래 떨어진 꽃 한 송이를 집어 들고는 무대를 향해 소리쳤다.
"마야! 마야!"
그 바람에 물고 있던 칼 손잡이가 마술사 입 속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
마술사는 온 몸으로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동네 사람들은 마술사가 손에 쥐고 있는 꽃을 보았다..
그 꽃은 '사랑의 눈망울'이란 이름의 붉은 앵초꽃이었다.
마술사를 동산 언덕에 묻어 주던 날 어른들은 말했다.
"결혼을 약속했던 아가씨가 있었대."
"마술사가 앵초꽃이 피면 돌아오마 하고 돈 벌러 갔다 오니 아가씨가 죽었더래."
"그래 아가씨를 잊지 못해 여기저기 떠돌아 다녔다나 봐."
따뜻한 봄날, 앵초꽃 피던 날.
마술사의 무덤에 작은 구멍이 생겼다.
그리고 그 구멍에서 벌 한 마리가 깨어나 날개를 펴고 날아갔다.
그 벌은 앵초꽃에만 앉아 온몸에 꽃가루를 묻히며 앵초 꽃잎에 얼굴을 부볐다.
사람들이 벌을 쫓으려고 하면 벌은 엉덩이에서 칼처럼 생긴 침을 뽑아내곤 했다..
꿀벌이 엉덩이에 칼 같은 침이 있게 된 것은
마술사가 입으로 칼을 삼키고 난 후부 터였다고 한다.
그리고 마술사가 외쳐 부르던 '마야'는 결혼하기로 한 아가씨의 이름 이었는데,
사람들은 그 때부터 꿀벌이 된 마술사를 '마야'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동화책 '꿀벌마야'는 사람들이 부르는 마야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라고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