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개비(닭의장풀) 꽃의 전설
옛날 어느 산골마을에 삼형제 아들을 둔 할아버지가 살았습니다.
아들들 이 모두 장성하여 결혼을 하게 되었고,
둘째와 셋째 아들 내외는 고개 너머 산기슭에 있는 집으로 분가하여 살게 하였습니다.
논농사가 조금은 한가한 늦여름 어느 날,
할아버지는 작은 아들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여 둘러보러 나섰습니다.
둘째 아들 집을 들렀다가 점심때쯤 되어 막내 아들 집에 도착하였습니다.
막내아들은 산으로 나무를 하러 나갔고 막내며느리만 텃밭에서 김을 매고 있었습니다.
“큼-흠, 얘야, 내 왔다. 잘 지내고 있냐?”
시아버지의 인사에 막내며느리는 “아버님, 오셨어요.” 하고는 계속 호미 질을 하면서
“아버님, 저기 나무 밑에 앉아 조금만 기다리세요. 이 풀을 말려서 닭을 잡아 장국을 끓여 드릴께요.”
“응, 그래라.”
할아버지는 나무 밑으로 가면서 며느리가 밭에서 뽑아낸 풀 더미를 흘끔 처다 보았습니다.
거기에는 달개비 풀이 수북히 쌓여 있었습니다.
‘괘심한 녀석 같으니라구....’
할아버지는 속으로 화를 내면서 슬며시 집으로 돌아와 버렸습니다.
그 풀 이 말라서 땔감으로 사용하려면 며칠을 기다려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지요.
집에 돌아 온 할아버지는 화가 풀리지 않아 위의 아들들과 짜고 막내 며느리를 놀려 주기로 하였습니다.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안방 병풍 뒤에 시아버지가 흰 보자기에 덮여 누워 있고 시아버지가 운명 했다는 기별을 받고
막내며느리가 와서는 병풍 앞에서 곡을 하였습니다.
한동안 곡을 하던 막내며느리가 울음을 섞어가면서 말했습니다.
“아이고, 아버님-. 어제는 저희 집에 오셔서 계장국(닭고기 장국) 맛있게 드시더니...
아이고, 아버님-. 개울가 논하고 재 너머 밭을 막내에게 주신다고 하시더니.....”
병풍 뒤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시아버지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벌떡 일어나면서 버럭 고함을 쳤지요.
“예끼, 몹쓸 녀석아, 내가 언제 너한테 계장 국을 먹었느냐,
그리고 언제 논밭을 준다고 했다고 거짓말을 해.”
죽은 줄 알았던 시아버지의 갑작스런 호통에 막내며느리는 흠칫 놀라기는 했으나,
곧 배시시 웃으며,
“아버님도, 거짓으로 돌아가신 척 했는데 저라고 거짓말을 못하나요.”
막내며느리의 당돌 함에 다른 식구들은 그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