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
옛날에 해적들이 해안가의 마을로 가서 곡식을 약탈하고 여자와 어린애들까지 납치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해적 질을 위해 떠나고 나면 해적들의 섬에는 여자와 아이만 남게 되었다.
어느 날 해적 질을 위해 해적 모두가 타고나간 해적선이 폭풍우에 침몰하여 다 죽게 되었다.
납치되어 왔던 해적 섬의 여자들과 아이들은 해적들이 죽은 것이 다행스러웠으나
식량문제는 해결하지 못해 또다른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그래서 섬 여기저기 먹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다 구해서 먹었는데,
그 중에는 마치 마늘과 비슷한 뿌리가 있어 그 뿌리를 식량대용으로 해서 먹으며 지내고 있었다.
폐병을 앓고있던 한 사람이 있었는데 먹을 것이라고는 그것밖에 없어 그 뿌리를 먹게 되었다.
그런데 그 뿌리를 먹고 나서 몇일이 지나 몸이 완전히 회복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해안가로 배 한 척이 다가왔는데…
그 배는 여러 섬을 오가면서 약초를 캐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그간의 자초지정을 듣고 신기해 하면서 물어보았다.
"식량도 마땅치 않은 이곳에서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있을 수 있었습니까? "
그 말에 여자들은 그 뿌리를 보이며
"이것을 먹고 지냈습니다"
그 뿌리를 건네 받고 맛을 보더니
"아! 이것은 약효가 있는 뿌리야"
그들이 타고 온 배는 너무 작아 더 큰 배를 가지고 오기로 하고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지금 있는 사람은 모두 몇 사람입니까?"
그러자 대답하기를
"모두 합해서 백명입니다"
며칠 후 여자들과 아이들은 납치 되기 전 마을로 돌아갔다.
약 캐는 사람들은 그 뿌리로 기침이나 폐병 환자에게 써보니 정말로 효과가 좋았다.
그때 처음 발견된 그 약초는 이름이 없었기에
'그 섬에 있던 사람의 합이 백명'이라는 의미로 '백합(百合)'으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