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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속의-야초

해오라비 난초

by 바위 너구리 2019. 9. 8.


해오라비(황새)난초의 전설


옛날에 거창의 어느 마을에 아름다운 처녀가 살았다.

그녀에게는 이웃 마을에 사랑하는 총각이 있었다.

그 둘은 너무나 사랑하여 하루라도 만나지 않으면 서로 보고 싶어서 못 견딜 정도였다.

처녀와 총각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서로 마음 변치 말자고 약속했다.

 

강 언덕에 앉아 수면을 날고 있는 하얀 황새를 바라보고 있던 총각이 말했다.

"우리 죽을 때까지 함께 지냅시다.

그리고 죽더라도 황새가 되어 훨훨 자유롭게 날며 사랑 합시다."

처녀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두 사람의 열애 소문이 삽시간에 퍼지고 처녀의 아버지 귀에 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완고한 처녀의 아버지는 큰소리로 꾸짖었다.

"우리 집안이 어떤 신분인데 저런 천한 것과 어울려 다니는 게야. 다시는 만나지 말거라."

그리운 사람과 만날 수 없다는 슬픔 때문에 처녀는 점점 야위어 갔다.

 

총각은 권세 등등한 처녀 댁 사람들의 위협에 맞서 싸울 힘이 없었다.

강가에 나와 처녀가 있는 이웃 마을의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처녀 또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치밀어 오르는 슬픔을 억누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총각은 너무 그리운 마음에 처녀가 사는 마을을 향해 달려갔다.

강가에 다다랐으나 며칠 동안 내린 비로 외 나무 다리마저 끊어져 있었다.

흐르는 물길을 바라보며 혼자 발을 구르고 있는데,  

저쪽 건너편 강가에서 처녀가 자신을 보고는 손을 흔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총각은 그리운 사람을 향해 목청껏 외쳤으나 그 소리는 물 흐르는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처녀는 계속 총각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해는 기울어 강가에는 노을이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얼마 후면 어둠이 찾아 들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총각은 마음이 초조해졌다.

총각은 바지를 걷어 올리고 강물로 들어섰다.

물은 금방 허벅지를 넘고 허리까지 가슴까지 차 올랐다.

그래도 처녀를 만나야 된다는 생각에 강물 속으로 계속 들어갔다.

그러다 발을 헛디딘 총각은 몸이 물살에 휩쓸리기 시작했다.

두 팔을 쳐들고 고개를 들어 수면위로 떠오르려 했지만,

거센 물살에 몸은 균형을 잃고 강물을 따라 떠밀려 가기만 했다.

 

사랑하는 아가씨를 외쳐 불렀지만 거친 물살에 휘말려 들리지 않았다.

언덕에서 총각을 바라보던 처녀도 강물로 몸을 날렸다.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려는 일념으로 뛰어들었지만, 거센 물살은 처녀를 삼키고 말았다.

두 사람은 그렇게 꽃잎처럼 강물 속으로 사라졌다.

 

어느 해 여름 날, 그곳에서 얼마 떨어지 지 않은 강가에 낯선 풀꽃이 피어 났다.

가느다란 꽃줄기에 피어난 하얀 꽃은 강물 위를 나는 황새처럼 순결하고 자유로워 보였다.

사람들은 그 풀꽃을 처녀와 총각이 동경했던 황새를 닮았다고 하여 황새난초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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