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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속의-야초

맨드라미

by 바위 너구리 2019. 9. 3.


맨드라미 전설

 

어느 고을에 역병(疫病)이 돌아서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고을원님 이하 모든 관속(官屬)들이 나서고, 관내의 모든 의원, 복술가(卜術家)들을 동원하여

치료와 예방에 진력(盡力)을 했으나 역병은 계속 번져 가기만 했습니다.

어느 날 한 도승(道僧)이 원님 앞에 이르러서 말했습니다.

“산신당(山神堂)에 매3년마다 유년(酉年-닭띠)생 처녀를 제물로 바치면 역병이 물러갈 것입니다.

원님이 도승의 말에 따라, 관내의 처녀들 중에서 출생 년이 닭띠인 한 처녀를 제물(祭物)로 바치고

치성(致誠)을 드리자 과연 역병이 물러가고 병으로 죽는 사람이 더 이상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매3년마다 살아있는 처녀를 제물로 바쳐야 한다니, 참으로 난감한 일이었습니다.

부득이, 제물이 될 처녀를 미리 선정해서, 그의 부모에게 많은 제물을 주고

처녀가 달아나 거나 결혼을 하지 못하도록 병정들을 마을에 주둔시켜서 지키도록 법을 정했습니다.

 

어느 마을에 사는 가난한 노파(老婆)가 딸을 제물로 내 놓고 많은 돈과 양식 등의 재물을 받았습니다.

노파의 딸인 처녀는 자신이 제물이 되기로 작정이 되었지만, 자기를 제물로 팔아버린

홀어머니를 원망 하지 않고 지극한 정성으로 계속해서 어머니를 봉양했습니다.

어느 날, 처녀가 부엌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두꺼비 한 마리가 엉금엉금 기어들어왔습니다.

그리고는 바닥에 흘린 밥알을 주워 먹는 것이었습니다.

 

처녀가 신기하게 생각했습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구나.

두꺼비는 파리나 모기, 귀뚜라미 등 살아있는 곤충을 먹는 줄 알았더니 밥도 먹네?” 하면서

밥 한 숟가락을 더 떠서 먹게 해 주자, 배불리 먹고서는 엉금엉금 기어 나갔습니다.

그리고는 다음날 또 다시 왔습니다.

처녀는 신기하고 이상하게 생각을 하면서 또 밥한 술을 떠주었습니다.

그렇게 날마다 밥을 주었더니, 두꺼비는 무럭무럭 자라나서 몸집이 커다란 강아지만 해 졌습니다.

 

처녀가 두꺼비와 친하게 지내는 동안에 어언 3년 세월이 지나서 제물이 되어갈 날이 다가 왔습니다.

“먹기도 하고 굶지는 말고 잘 살아라.” 말을 하면서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두꺼비는 처녀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 듯이 커다란 눈을 껌벅거리다가 엉금엉금 기어 나갔습니다.

처녀는 자기가 죽은 후에 늙으신 어머니 봉양은 누가 할 것이며,

두꺼비에게 밥을 누가 챙겨 줄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슬프게 울었습니다.

한참 울다가 문득 정신을 가다듬고 보니, 빨간 볏(鷄冠-계관)이 유난히도 탐스럽고 아름다운

흰 닭이 자신의 곁에 앉아있었습니다.

“어머나? 이 닭이 왜 여기 앉아 있을까?

 

마침내 저녁 어둠이 내리자 병정들의 호위를 받으며 원님과 제사집행관들이 집으로 들어 왔습니다.

어머니께 하직 인사를 하고, 부엌에서 자기 옆에 웅크리고 앉아있던 닭을 품에 안고

집행 관들을 따라 나섰습니다.

산신각에 이르러 동행했던 사람들은 모두 물러가고 혼자서만 남았습니다.

어차피 죽을 목숨이지만, ‘어떤 괴물(怪物)이 나타나서, 나를 어떻게 죽일까?’ 하는

두려움이 밀려 왔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품에 안고 있는 닭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 밤중이 지나 새벽이 되자, “쉭. 쉬익.”하면서 무서운 소리와 함께 뜨거운 바람이

온 몸을 감싸는 기운을 느끼면서 그만 정신을 잃어버렸습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지만 눈을 뜨니 밖이 훤히 밝아 있었습니다.

정신을 가다듬고 일어나 앉았습니다.

“아! 내가 살아 있구나. 어찌 된 일이지? 괴물이 나를 잡아먹지 않았나?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보니 길이가 두어 길(4~5m)이나 되는 시커먼 지네가 죽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앞에 자기에게서 늘 밥을 얻어먹던 강아지 만한 두꺼비가 역시 죽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품에 안고 왔던 흰 닭이 죽은 지네를 콕콕 쪼아 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 지네가 나를 죽이려는 것을 두꺼비가 막아서 싸우다가 함께 죽었구나.

 

밤사이 지네와 두꺼비가 서로 독()을 내 뿜으며 싸우고, 또 닭이 두꺼비 편이 되어서

지네 에게 달려들어 쪼아 대면서 격렬하게 싸웠던 것입니다.

마침내, 지네와 두꺼비는 서로 성대 방의 독에 중독되어서 함께 죽어버렸지만,

닭은 독에 감염이 되지 않아서 살아 남았던 것이었습니다.

 

“아~! 고마워라.

처녀는 두꺼비의 시체를 품에 안고, 그리고 흰 닭을 데리고서 마을로 돌아갔습니다.

이듬해 지네가 죽은 자리에 지네가 가장 두려워하는 닭의 벼슬을 닮은 맨드라미 꽃이 피어 났으며,

그 후로는 고을에 작은 지네도 모두 사라졌으며, 다시는 역병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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