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 나무 전설
옛날 어느 왕국에 왕자가 밖으로 나와서 신하들을 모두 궁궐로 돌려 보내고
혼자서 사냥을 하기 위해 이름 모를 숲으로 들어갔다.
이리 저리 돌아다녀도 짐승 한 마리 보이지 않자 왕자는 낙심 하여 바위에 앉아 쉬고 있었다.
초 여름의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잠을 들려다 익숙하지 않는 낯선 꽃 향기에 정신을 빼앗겨 자리에서 일어나
이리저리 둘러보다 향기가 뿜어오는 곳으로 걸어갔다.
커다란 나무에는 잔 가시가 돋아나 있었고 잔잔한 잎새 사이 사이로 하얀 색깔의 족 상을 하고
다닥다닥 하게 붙어 있는 진귀한 꽃을 보았다.
'이게 무슨 꽃이지?' 왕자는 은은하고 깊은 향의 그 꽃의 이름이 무척이나 궁금하여
다음날 신하들에게 그 꽃의 이름을 물었으나 아무도 그 이름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이상하게도 날이 갈수록 그 꽃 생각이 왕자의 뇌리를 가득 메웠다.
며칠 후 왕자는 선명한 꿈을 꾸었다.
바로 얼마전 왕자가 보았던 그 진귀한 모양의 꽃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꽃나무 아래에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의 아가씨가 잠들어 있었다.
이윽고 그 잠든 처녀를 애타게 깨우는 한 젊은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바로 왕자 자신이었다.
왕자의 손길에 처녀는 깨어나 왕자 품에 안기어 "나 그대를 위해 피었어요"라고 하는 것이었다.
왕자는 꿈에서 깨어나 신하들을 이끌고 꿈을 꾸었던 그 장소에 이르자
꿈속에서의 그 아리따운 처녀가 잠들어 있는 것이었다.
왕자는 자신이 손수 여자를 깨웠지만 그 처녀는 깨어나지를 않았다.
그때 어디선가 바람을 타고 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이 50살이 될 때까지 그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면 이 처녀는 깊은 잠에서 깨어 나서
당신의 아내가 될 것이고 온 천하는 이 꽃과 향기로 맑아 질 것이오'
그 처녀는 궁궐로 옮겨졌고 궁궐 안에서 제일 가는 아름다운 비단으로 옷을 지어 입혔다.
임금과 왕비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왕자는 처음 보는 그 순간 그 처녀를 향한 사랑이 멈추지 않음을 스스로 깨닫고
결혼을 하지않은 채 세월은 흘렀다.
세월이 흘러 늠름하고 잘 생겼던 왕자의 모습은 늙어지고 볼품없이 초췌해져 갔지만
잠든 그 처녀는 세월에도 변함없이 산속에서의 그 아리따운 모습 그대로 잠들어 있었다.
왕자가 병이 들어 하루를 넘기기가 어려운 50살이 되던 초여름의 어느 날
왕자는 정신을 잃어가면서 혼잣말을 되뇌었다.
"지금이라도 나의 그대가 깨어난다면 나 그대를 영원히 사랑할 것이오"
그때였다.
궁궐 문이 열리고 그 꽃 향기로 가득 메워지더니 산천은 그 꽃으로 삽시간에 번졌다.
처녀는 깨어나 병에 걸려 죽어가는 왕자의 손을 어루만지자 왕자가 깨어났다.
그리고 왕자는 예전의 그 멋진 모습으로 변하였다.
성대한 결혼 잔치를 벌이고 왕자의 청에 따라 산천에 번진 그 꽃의 이름을
아름다운 아가씨를 만나게 했던 꽃이라 하여 그 이름을 '아카시'로, 꽃말을 아름답고 영원한 사랑이라 부르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