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막살 나무 전설
가막 골이라는 곳에서 태어난 '가마'는 세 살 되던 해에 갑자기 고아가 되었습니다.
아빠와 엄마가 강 건너 읍내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나룻배가 뒤집히는 바람에 그만 저 세상으로 떠나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가마는 이웃 할머니 집에 잠시 머물러 있다가 먼 마을로 팔려 갔고,
가마보다 한 살 많은 오빠는 소금장수에게 팔려가게 되었습니다.
세월은 흘러서 예쁘고 복스러운 처녀로 자라난 '가마'가 동네 머슴들의 애간장을 녹일 즈음,
이웃 집에 새로 들어온 머슴이 유난히도 가마를 좋아했고 가마 또한 그가 싫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머슴은 가마의 주인에게 가마와 결혼을 시켜 달라고 청혼을 하게 되었고,
주인은 3년동안 머슴살이를 해주면 결혼을 시켜 준겠다고 약속을 하였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3년이 흘러 드디어 두 사람이 결혼을 하게 되었고,
해마다 아이를 하나씩 아이를 낳으며 행복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허리가 몹시 굽은 할머니가 마을을 지나가다 가마네 집에 하룻밤 묵어 가기를 청했습니다.
밤이 으쓱하도록 '가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할머니는 '가마'의 과거사를 들려주게 됩니다.
"세 살 먹어서 이 마을로 왔다면 틀림없이 우리 가막 골에서 태어났을 거야.
암~ 내가 몇일을 데리고 있다가 팔려 갔는걸.
그때 한 살 더 먹은 오빠가 있었는데 그 아이 역시 어디론가 팔려 가버리고 말았지… 쯧쯧..."
할머니의 말을 들은 가마는 날이 밝기가 무섭게 가막 골로 달려 갔습니다.
온종일 동네 어른들을 찾아다니며 옛날 자기집에 대해 낱낱이 듣게 되었는데,
무엇보다도 가마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던 것은 세상 어디선가
한 점 혈육인 오빠가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동네 사람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오빠의 특징은 자기보다 한 살이 더 많고,
오른쪽 눈과 귀가 왼쪽보다 조금씩 크다는 점과 그리고 등에 일곱 개의 점이 박혀 있다고 해서
이름을 칠성이라고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가마는 가슴이 덜컹 내려 앉았습니다.
이러한 특징은 모두가 현재 자기의 남편과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 입니다.
어쩌면 등에 박힌 일곱 개의 점은 움직일 수 없는 단서였지만
그래도 남편의 이름이 칠성이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의 숨을 내쉬기로 했습니다.
집에 돌아온 가마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남편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당신, 혹시 칠성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아니, 당신이 어떻게 그것을 알지? 칠성이는 내가 다섯 살 때 까지 썼던 이름인데..."
청천벽력을 맞은 듯 가마는 몸을 제대로 가눌 수가 없었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남편이 하나 밖에 없는 내 오빠 라니...,
'‘반갑기는 하지만 이 천륜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남편 아니 오빠에게 사실을 말하자니 천륜을 어긴 사실에 그 역시 번민으로 고통스러워 할 것은 뻔한 일이요.
세상 사람들이 손가락질 할 것은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었습니다.
결국 가마는 식음을 전폐한 채 자리에 눕게 되었고,
그토록 단란하던 가정은 졸지에 초상집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결국 "내가 죽거든 이 몸 가막 골에 묻어 주오"라는 말을 남긴 채 가마는 세상을 뜨고 말았습니다
이듬해 가마의 무덤에서 한 그루 나무가 자라났습니다.
그 나무에는 행복했던 날같이 가지 마다 환한 꽃송이가 피어나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가슴에 묻은 천륜의 아픔 같이 붉은 열매가 방울방울 열렸습니다.
사람들이 가막 골 '가마'의 무덤에서 자라난 나무라 하여 '가막살 나무'라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