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설속의-야초

인삼

by 바위 너구리 2019. 9. 11.


인삼의 전설


옛날 강원도 어느 고을에 열병이 창궐하여 수 많은 사람들이 죽어 갔다.

이 고을에 가난한 한 선비가 살고 있었는데...

아버지는 노약한데다가 아들이 하나 있지만 아직 나이가 어려 집안 형편은 날로 어려워져만 갔다.

그러나 이 외아들은 나이는 어리지만 그 효심이 지극할 뿐 아니라 천성이 착하여 이웃으로부터 칭송이 자자 하였다.

이 아들은 아버지가 병석에 눕게 되니 아버지의 병을 고치려고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며 노력하였으나

별 효과가 없어 병세는 날로 악화되어가기만 하였다.

 

이웃 마을에 사는 한의를 모셔다 진맥하니 백약이 무효이나 단 한가지 인삼을 달여 먹으면 생명을 연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하루 한끼 식사도 어려운 형편에 인삼을 구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와 마찬가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들은 생각다 못해 병든 아버지를 이웃에 부탁하고 그날부터 인삼을 구하러 산으로 들어갔다.

허기진 배를 나무 열매, 풀 뿌리로 채워 가면서 아버지를 위해 산속을 헤매며 인삼을 얻고자 오늘은 이 산, 내일은 저산 골짜기로

정처 없이 인삼을 찾아 다니기를 수십 날이 지났다.

 

하루는 고달픈 몸을 노송에 기대고 잠깐 잠들었는데 비몽사몽 간에 백발이 성성한 한 노인이 나타나,

"네 아비의 병을 고치려면 여기서 동쪽으로 12고개를 넘어가면 덕대(허술하게 묻은 무덤)가 있을 것이다.

그 덕대 중 서쪽에서 세어 열두 번째 사체의 오른쪽 다리를 잘라 달여서 먹이면 네 아비가 소생(蘇生)될 것이니라" 하고는

홀연히 그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깜짝 놀라 깨어난 아들은 꿈속에서 노인이 알려준 대로 그 길로 고개를 넘고, 또 넘어 해가 지고 난 다음에야 겨우

열두 고개를 다 넘고 보니 과연 열병으로 죽은 사체가 즐비한 덕대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사체 썩는 냄새가 코를 찌르는 덕대로 다가선 아들은 서쪽으로부터 열두 번째의 덕대로 다가섰다.

나뭇가지로 덮어놓은 사체는 젊은 남자로 생전에는 힘깨나 썼던 사람같이 보였다.

아무리 사체이기는 하지만 다리를 자른다는 죄책감에 아들은 그 앞에서 공손히 큰 절을 하고 마음속으로 용서를 빌며

가지고 갔던 낫으로 힘껏 내리쳤다.

두 번, 세 번... 몇 번인지 모르게 여러 번 낫으로 치니 다리 한쪽이 뚝 떨어졌다.

아들은 그 다리 하나를 얼른 망태기에 넣고 막 일어나려는데 뇌성과 함께 억수 같은 소나기가 퍼붓고, 그때 다리 잘린 사체가

벌떡 일어서며 "내 다리 다오"하며 외쳤다.

 

무서움과 허기에 지친 아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왔던 길을 뒤돌아 달려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리 잘린 사체가 외다리로 껑충껑충 쫓아와서는 "내 다리 다오" 하며 아들의 어깨너머로 손을 뻗어왔다.

그때마다 아들은 있는 힘을 다하여 사체를 밀어 쓰러뜨리고 달리고 달려서 열두 고개를 넘었다.

지칠 대로 지친 소년은 자기 집에 당도하여 즉시 부엌으로 들어가 가마솥에 가지고 온 다리를 넣고 막 아궁이에 불을 붙이려는 순간,

뒤따라 오던 사체가 부엌으로 들어 왔다.

기겁을 한 아들은 부엌에 있던 도끼로 사체를 후려치자 사체가 하고 부엌에 있는 나무 더미에 쓰러졌다.

 

땔감 나무로 사체를 덮어두고 아궁이에 불을 붙여 다리를 끓인 다음 그 끓인 물을 빈사지경으로 누워있는 아버지 입에 흘려 넣어 드렸다.

다리 삶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난 아버지는 생기(生氣)를 되찾는 듯 그 물을 더 찾았다.

먼동이 트기까지 이러기를 몇 차례 아침이 되자 아버지는 元氣(원기)를 되찾은 듯하였다.

 

아들은 지난 밤에 도끼로 쳐죽인 외다리 사체를 뒷산에 묻으려고 땔감 나무 더미를 헤치고 보니 사체는 간데없고 그 자리에는

팔뚝만한 인삼이 있는데 뿌리 하나가 잘려진 흔적이 있었다.

이상하게 생각된 아들은 솥뚜껑을 열고 보니 솥 안에는 사람의 다리가 아닌 인삼 다리 하나가 있었다.

아버지는 그 후 건강을 되찾게 되었고 아들과 함께 오래오래 잘 살았다고 한다.


'전설속의-야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삽주  (0) 2019.09.11
해당화  (0) 2019.09.11
박꽃  (0) 2019.09.08
프리지아  (0) 2019.09.08
다알리아  (0) 2019.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