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국의 전설
옛날 조선시대 함경도의 깊고 깊은 산골에 손 재주가 좋은 올케와 시누이가 있었다.
그들은 일찍 남편을 잃고 홀로 되자 다시 함께 모였는데 자수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손재간이 얼마나 좋고 기묘 했던지 그들이 자수를 하게 되면 냇물도 낭랑한 소리를 내며 흐르는 듯하고
새들도 지저귀며 노래하며, 속삭이는 것만 같아 온 팔도강산에 그 소문이 널리 퍼졌다.
이 당시 나라에 갓 등극한 임금은 특별히 유람하기를 즐기는 지라 바쁜 정사에도 불구하고
나라 안의 몇몇 명승지를 급급히 돌아보려고 했다.
먼저 명산이라고 소문이 높은 산을 먼저 가보려고 마음을 먹었다..
명산이라면 금강산과 백두산인데...
금강산과 백두산 두 명산 중 어느 산을 먼저 가 보아야 할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곳 지방관에게 각각 백두산과 금강산 풍경을 있는 그대로 그림을 그려 올리라 명령을 내렸다.
이 명령을 접한 두 곳의 지방관리는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여 이 일을 함경도 시골의 두 여인에게 맡기로 했다.
그래서 두 여인(올케와 시누이)에게 어서 두 곳으로 가서 경치를 보면서 그림을 색실로 떠 오라고 엄히 분부하였다.
명령을 받은 두 여인은 어쩔 수 없이 두 곳으로 갈라져 떠날 수 밖에 없었다.
그 때 몸이 좋은 올케는 백두산으로 가고, 시누이는 금강산으로 가기로 했다.
그들은 남북으로 갈라져 떠났다.
북쪽 백두산으로 떠난 올케는 백두산에 이르자 그 장엄하고 호연한 기상을 며칠이고 돌아본 뒤
그것을 한 땀 한 땀 새하얀 천에 뜨기 시작했다.
그는 한 달 동안 시간을 들여 삼천삼백삼십삼의 색칠을 가지고
구천 구백 구십 구번을 바느질을 하여 끝내 백두산을 모두 떠넣었다.
그리고 그 자수 품 네 귀에다 일년 사계절을 상징하는 계절 꽃 네 포기도 덧보태어 떠 넣었다.
이를 본 관리들은 너나 없이 너무 아름다워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일단 일을 끝 마친 올케는 그것을 곱게 포개어 품에 품은 채 아직도 일을 다 못 끝냈을 시누이가 있는 금강산으로 달려갔다.
이때 시누이도 올케 못지않은 솜씨로 꼭 같은 한 달 동안에 삼천삼백삼십삼 태의 색실을 써서
구천 구백 구십 구번 바느질로 금강산을 자수에 넣었다.
그 때 금강산 관리가 자수 품을 들어다 보니 네 귀에 계절 꽃이 새겨져 있는지라 그것이 참 아름답다고 하면서
시누이에게 그보다 더 멋지게 네 귀에 일년 열두 달에 피는 꽃, 열두 포기를 새겨 넣으라고 명령 했다.
명령을 받은 시누이는 얼른 손을 써서
1월부터 시작하여 2월, 3월, 4월, 5월, 6월,7월, 8월, 10월,동지, 섣달 모두 척척 떠넣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9월에 피는 꽃만은 얼른 떠오르지 않아 그려 넣지 못하였다.
그 때에는 9월에 곱게 피는 꽃은 없었던 것이다.
이것을 본 올케는 노란 색실, 흰 색실, 파란 색실을 가지고 전에 보지 못 한 꽃 한 송이를 떠 넣었다.
그런데 그것은 팔도강산에서 여태 보지 못했던 신기하고 아름다운 꽃이었다.
"이것은 무슨 꽃인고?"
관리가 묻자 올케는 웃으며 말했다.
"이것은 내 마음속의 꽃이지요. 말하자면 구월꽃이랍니다."
드디어 두 폭 자수 품은 임금에게 상주 되었다.
두 폭 그림, 백두산과 금강 산을 앞에 놓은 임금님은 모두가 장엄하고 기묘하고 정결인 지라
도대체 어디부터 먼저 가 보아야 할지 마음을 정할 수가 없었다.
임금이 다시 네 변두리를 보니 금강산 주위에 그린 꽃 중 구월꽃 만은 도무지 처음 보는 꽃인지라...
"이게 무슨 꽃이냐"고 묻게 되었다.
"구월에 피는 구월꽃이라고 하옵니다."
"그럼 그 꽃을 가져오라."
그 지방관은 즉시 두 여인을 찾아갔다.
두 여인이 생각하니 이것 참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제 잘못하다간 임금님을 속인 죄로 목이 달아날 수 도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각각 생각하던 동해의 산 기슭 언덕에 이르러 키가 작은 쑥대 끝에 색실로 꽃송이를 수놓기 시작했다.
그것이 전번 금강산 그림 귀에 떠 놓았던 꽃 이기는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죽은 꽃이요,
생생히 살아 핀 꽃은 아니었다.
"아, 이제 아무래도 큰 봉변을 당하겠구나."
이렇게 근심하고 있는 그 때...
두 여인의 뛰어난 자수 솜씨를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동해바다 여신이 살그머니 나와 보고 그들이 수놓은
흰색과 노란색의 꽃들이 그렇듯 훌륭한 지라 자기의 신통력을 불어넣어 꽃송이 마다 이슬을 살랑살랑 뿌려 주었다.
그랬더니 그 자수로 된 꽃들이 생생히 살아나 짙은 향기를 온 누리에 풍겼다.
이 꽃을 꺾어 임금에게 올렸더니 임금은 매우 기뻐했다.
이렇게 하여 생겨난 꽃이 바로 오늘날의 "해국(국화)꽃" 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