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드라미
맨드라미(계관화)의 전설
옛날 어떤 시골 마을에 모자간이 아버지 없이 살고 있었는데 이 아들은 스무살 이 지나도록 장가를 가지 못하여 노모는 늘 걱정 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밭으로 일을 갔던 아들이 집으로 돌아오는데 언덕 위에서 웬 여자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있어
그곳으로 달려가 보았더니 꽃다운 나이의 아름다운 처녀가 앉아 울고 있었다.
아들이 그 사연을 물었더니 그 처녀는 아들을 붙들고 애원했다.
"우리 부모님께서 저를 산 넘어 한 집과 허혼하여 저를 그 곳으로 보냈답니다.
그런데 저의 신랑 될 사람이 갑자기 죽었고, 불행하게도 부모님도 호랑이에게 당하고 겨우 저만 살아 오는 길입니다.
제발 저를 좀 구해 주세요."
아들은 세상 없이 마음씨가 고운 사람이었다.
그는 두말없이 가련한 처녀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오자 어머니 는 무척 기뻐하였다.
좋은 며느리 감이 생겼던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는 그 처녀를 친딸처럼 각별히 생각해 주고 보살펴 주었다.
그 다음 날 일찍 처녀는 마침 문 앞에 앉아 세수를 하고 머리를 빗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그들 집에서 기르고 있던 큰 장닭 한 마리가 처녀를 향해 화닥닥 달려들며 그 부리로 막 찍어댔다.
"사람 살려!"
처녀는 다급하게 소리를 내질렀다.
이것을 본 아들은 곧 몽둥이를 들고 나와 수탉을 때려 주었다.
이에 수탉은 먼 곳으로 달아나 버렸다.
그 날부터 처녀는 자리에 누워 앓기 시작하였다.
아들과 어머니가 어찌할 줄 모르다가 무엇을 먹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처녀가 입을 열어 말했다.
"난 아무 것도 먹고 싶지 않아요. 다만, 수탉 삶은 국물 좀 마시고 싶어요."
그런데 집에는 수탉이라 곤 날아가 버린 한 마리 밖에 없었던 것이다.
생각다 못한 모자는 가만히 참새를 잡아 끓여 그 국 물을 떠먹였다.
그랬더니 처녀는 병이 씻은 듯 나았다며 훅훅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어느 날 저녁, 어머니는 잠을 자고 있는 처녀에게 계란탕을 끓여 들여가게 되었다.
그런데 문을 열고 보니 이게 웬일인가?
한 마리 큰 지네가 문소리에 놀라 구들에서 다급하게 기어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깜짝 놀란 어머니는 자기도 모르게 국그릇을 바닥에 떨구어 박살을 냈다.
지네는 황망한 가운데서는 몸을 뒤척이더니 얼른 전날의 처녀로 변신을 했다.
그리고 전처럼 방실방실 웃었다.
아들이 돌아오자 어머니는 몹시 불안하여 어찌할 줄을 몰라 했다.
어머니는 아들을 조용히 불러내어 낮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해 주었다.
모자간의 말을 훔쳐 들은 처녀는 한참 눈알을 굴리더니 묘책을 궁리해 냈다.
일단 아들이 자기 방으로 들어오자 처녀는 눈물을 뚝뚝 떨구며 말했다.
"나는 이 집에 온 뒤 일심으로 마음을 붙이며 살아가려 작심하고 있어요.
그런데 어머니가 그런 얼토당토 않은 허황한 거짓말을 꾸며내어 저를 모함하고
우리 사이를 갈리지게 할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좋아요.
이젠 당신까지 그런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믿고 나를 의심하려 드니 내가 무슨 재미로 이 집에 더 머물러 있겠어요.
저는 가겠어요." 그러면서 그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러는 처녀를 본 아들은 과연 어머니가 이제 늙어서 처녀를 그렇게 잘못 본 것이 틀림없다고 단정했다.
그래서 아들은 처녀를 붙잡아 들이며 말했다.
"누가 당신을 의심한다고 그러오. 이게 모두 나의 어머님이 너무 연로 해서 하는 실없는 소리인데."
그러자 처녀는 한 술 더 뜨고 들었다.
"좋아요. 그럼 이 자리에서 꼭 대답해 줘요.
당신은 이제 노망을 부리는 어머니 말을 따르겠어요? 아니면 저와 함께 지내겠어요?"
그러자 아들은 조금도 주저하는 기색이 없이 말했다.
"내 언제까지나 당신과 함께 지내겠소!"
이로부터 며칠이 지나 처녀는 총각을 보고 말했다.
"내가 집을 떠나온 지도 벌써 며칠이 지나갔어요.
이제 나도 완쾌 되었고, 비록 아버지 어머니는 세상에 계시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저의 삼촌은 살아있어요.
그러니 이제 집에 가서 삼촌에게 그간의 상황을 이야기 하고 승낙을 받아야 할게 아닌가요?
우리 함께 가서 인사나 하고 돌아와 청실홍실을 늘이는게 천만 지당하다고 생각해요."
그 말에 총각은 두말 없이 찬성을 했다. 그리하여 그들은 함께 길을 떠나게 되었다.
그들이 인적이 없는 곳에 이르렀을 때 처녀는 갑자기 총각에게로 돌아서더니 한 줄기 독기를 쫙 내뿜었다.
그 바람에 총각은 머리가 흔미해져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본래 이 처녀는 사람이 아니라 이 산속의 동굴에 사는 지네요귀였던 것이다.
그는 늘 아름다운 처녀로 변신 하여 길로 오가는 젊은 남자들을 미혹시켜 죽인 뒤 그들의 뇌를 빨아먹던 요귀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이미 숱한 젊은이들이 그에게 속아 아까운 목숨을 빼앗겼던 것이다.
그런데 이 지네요귀가 이 총각네 집에 일찍 기어들기는 했지만 그 수탉과 어머니가 있어 감히 손을 못 쓰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어디선가 꼭 꼭 꼭 소리가 나더니 총각집에서 도망갔던 그 붉은 수탉이 나타났다.
그는 날카로운 입을 쫙 벌리더니 그 지네 요귀를 향해 덮쳐 들었다.
마침내 요귀는 원래 모습을 나타내 징그러운 지네로 변했다.
그들은 한데 어울려 격렬하게 싸움을 벌였다.
밤중 내내 싸움 끝에 여명이 밝아오자 마침내 수탉은 지네를 물어 죽이고야 말았다.
하지만 수탉도 그만 지친 나머지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아들은 이 처녀의 진상을 똑똑히 알게 되었고,
수탉이 처음 이 처녀가 자기집에 왔을 때부터 한사코 달려들던 까닭도 알게 되었다.
"아, 의로운 수탉아, 내 여태 눈이 어두워 모든 진상을 모르고 있었구나!"
아들은 눈물을 흘리며 수탉을 고이고이 장사 지내 주었다.
그 뒤 그 수탉의 무덤 위에 풀이 돋아나고 자라서 꽃이 피어났다.
그런데 그 꽃은 틀림없는 수탉의 볏과 꼭 같았다.
멀리서 보면 한 마리 붉은 수탉이 멋진 볏을 세우고 서 있는 것만 같았다.
이리하여 사람들은 그 꽃을 일러 '계관화'라고 부르게 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