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장다리
배추장다리꽃
따스한 봄날 종달새 우짖는 소리도 고요한데, 멀리 아지랑이가 피어 오르고….
신들의 궁전에도 겨우내 움츠렸던 신들도 새로운 일거리를 찾았다.
하지만 그저 이야기 꽃을 피우거나 앞일을 생각하며 고작 천사들의 이야기를 엿듣거나,
땅 위의 일을 엿보는 것뿐이었다.
양지바른 잔디 위에서 어떤 신들은 바둑을 두었다.
낮잠을 자거나 뜰을 쓸고 시를 읊는 신도 있었고, 독서나 씨름을 하는 젊은 신도 있었다.
"어머, 심심 해라."
젊은 여신은 답답해서 책을 보는 바람 신에게 "춤이나 출까요?”팔을 벌렸다.
춤이라면 죽고 못 사는 바람신이기에 두 신은 궁전 뒤뜰에서 춤을 추었다.
신바람이 났다.
한 시간이 흐르고, 두 시간이 지났다.
점심도 거른 채 춤에 빠져있는 젊은 여신은 너무 흥겹게 춤을 추다가 그만 치맛자락으로
주피터 신이 제일 사랑하는 꽃을 모두 떨어뜨리고 말았다.
춤을 출 때부터 젊은 여신을 못마땅하게 여긴 주피터 신은 벌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정신 없이 춤을 추는 두 신 앞에 나타난 주피터 신은 불호령을 내렸다.
“너희들은 지금 몇 시인데 정신 없이 춤만 추느냐?
더구나 내가 제일 사랑하는 꽃을 모조리 떨어뜨리고…. ”
젊은 여신은 주피터 신이 제일 좋아하는 꽃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기에 깜짝 놀랐다.
“누가 먼저 춤을 추자고 했느냐?”
“제가요.”
"음!"
주피터 신은 눈을 감고 한동안 깊이 생각하더니 젊은 여신을 노려보았다.
"꽃을 떨어뜨리고 바람신을 유혹한 죄를 알겠느냐?”
"네"
"그럼, 벌도 달게 받겠지?”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주피터 신은 눈을 감고 주문을 외었다.
"너는 한 포기 배추꽃이 되어 움직이지 말아라. 치맛자락은 속죄하는 뜻에서 사람들에게 베어 주어라. "
젊은 여신은 눈앞이 아찔했다.
"주피터 신이여, 제발!"
하지만 젊은 여신은 그 자리에서 배추꽃으로 피어났다.
그래서 배추꽃은 하늘로 향해 핀다.
이제나저제나 주피터 신이 용서의 기쁜 소식을 전해 듣기 위해 하늘을 향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