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너구리 2019. 8. 25. 22:52


연꽃의 전설


옛날 중국에 연꽃을 아주 좋아하는 선비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 선비는 연꽃이 너무 좋아 자기집 뜰에 인부들을 시켜 연못을 파게 하고 연꽃 밭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선비는 연꽃이 피기 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연꽃 밭에서 연이 무럭무럭 자라 연꽃이 피기 시작하였고

그 연꽃이 피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 연꽃을 즐기고 연꽃이 잠들 때면 잠을 자고는 하였습니다.

이 선비가 하는 일은 매일같이 연꽃을 보며 시를 짓는 일과 가야금을 타고,

그리고 묵화를 그리며 하루를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선비는 망루에서 낮잠이 들었는데 이상한 꿈을 꾸었습니다.

연못 한가운데 있는 제일 큰 흰 연꽃 속에서 거짓말 같이 아름다운 소년이

머리를 조용히 내밀고 나와서 사방을 둘러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 연꽃 속에서 사람이 나오다니!...

선비는 꿈속에서 깜작 놀라 숨을 죽이고 지켜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소년은 누굴 부르고 있었습니다.

이상한 일도 다 있구나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으니

연꽃 속에서 얼굴을 내민 소년은 저~ 만치 떨어져 피어 있는 연꽃을 보고 손짓을 하였습니다.

궁금해서 저게 무슨 신호 지? 하고 유심히 보고 있는데

건너편 연꽃 밭에서 붉은 연꽃이 다시 신호를 하며 서로가 마주 바라 보았습니다.

 

이상한 일도 다 있구나 하고 계속 지켜보고 있는데,

이번에는 붉은 연꽃에서 예쁜 소녀가 머리를 내밀었습니다.

이상도 해라...

꼭 사람들의 장난 같은데.., 저것이 무슨 곡절인가? 하고 지켜보다 그만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연꽃 속에서 사람이, 그것도 예쁜 소년, 소녀가 나왔다가 숨어 버리다니…?

참으로 신기한 일도 다 있구나...하고 생각 했습니다.

 

선비는 그 후부터는 연꽃을 바라보는 즐거움 보다,

오히려 꿈속에서 연꽃을 보는 즐거움이 더 컸습니다.

내일도 또 그럴까?

그것들이 또 무슨 일을 저지를 것 같은데...하고 곰곰 생각에 빠졌습니다.

그런데 그 이튿날도 낮잠에서 연꽃 꿈을 꾸었습니다.

이번에는 붉은 연꽃 속에서 소녀가 수줍은 듯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 , 정말 묘한 일이로다...하고 생각하는데

살금살금 사방을 둘러보더니, 연꽃 밭 한가운데 있는 흰 꽃을 보고 손짓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소년은 손짓으로 응답을 하였습니다.

그 들은 누가 볼 세라 수줍은 듯이 연꽃 속으로 숨어 버렸습니다.

~, 신기하다. 저들이 무엇을 알아서 저러고들 있지?

그러다 선비는 낮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연꽃 밭을 돌아보니 연꽃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한낮의 고요함이 흘렀습니다.

하기야 꿈속의 일이니 무슨 일이 있을 수는 없겠지..선비의 꿈속에서 일어난 일이었기에..

 

다음날도 선비는 꿈속이 그리워 또 낮잠을 자면서 꿈을 꾸었습니다

이번에는 꿈속에서 가야금을 타고 있었습니다.

가야금소리에 깨어난 듯 흰 꽃과, 붉은 꽃 속에서 똑 같이 두 소년 소녀가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수줍은 듯 하면서도 오랜 친구라도 되는듯 정답게 웃었습니다.

두 소년 소녀는 다시 연꽃 속을 비집고 연못 위로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선비의 가야금 음률에 맞추어 춤을 추었습니다,

춤을 얼마나 잘 추는지 놀랄 정도 였습니다.

선비도 그 들 춤에 맞추어 가야금을 더욱 아름답게 탔습니다.

그렇게 두 소년 소녀는 엷은 파문을 그리며 연꽃 사이로 숨바꼭질을 하듯이 정답게 움직였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그칠 줄을 모르고 춤을 추는 것 이었습니다.

 

그러나 선비는 가야금 타는데 힘이 지쳐 가야금을 잠시 내려놓자

그들 소년과 소녀는 춤을 멈추고 좀 전에 나왔던 자기 꽃 속으로 돌아갔습니다.

오랜 친구가 헤어지 듯 그들은 서로가 서운해 하였습니다.

선비는 꿈에서 깨어 연못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선비는 연못에서 흰 연꽃과 붉은색 연꽃이 있는 곳으로 가서 보니

연못 속에는 꿈속에서 보았던 흰 연꽃과 붉은 연꽃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내 꿈이 사실이란 말인가 의심을 하였으나 그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선비는 그후에도 날마다 꿈을 꾸었습니다.

선비는 꿈을 꿀 때마다 가야금을 탔고, 소년과 소녀는 연꽃 속에서 나와 춤을 추었습니다.

그러다가도 가야금 소리가 그치면 다시 헤어져서 자기 연꽃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며칠이 지난 뒤에 선비는 연못의 연꽃을 보았습니다.

이상하게도 두 연꽃의 거리가 가까워 지고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조금 심술이 나기도 하고, 이대로 두면 두 연꽃이 붙어버릴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대로 두면 좋지않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마음이 생겨 흰 연꽃의 꽃잎 하나를 따버렸습니다.

 

그랬더니 그 다음날 꿈에 흰 연꽃의 소년은 한쪽 팔 소매가 없는 옷을 입고 나왔습니다.

~, 이상한 일이다. 한쪽 팔이 없는 옷을 입었네...

그리고 소년은 어제 보다 풀이 죽어 있었습니다.

소녀 보기가 민망한 눈치였습니다.

아마도 자기 옷의 소매가 떨어진 것이 마음에 걸린 모양이었습니다.

 

갈수록 흰 연꽃은 점점 생기를 잃어 갔습니다.

생기를 잃으니 하루에 하나씩 잎이 자꾸 떨어 졌습니다.

꽃잎이 떨어질 때 마다 꿈속의 소년의 아름다운 옷이 하나씩 떨어져 나갔습니다.

그 뒤부터 소년은 점점 병들어 꿈속에 나타나지도 않았으며 연꽃도 시들어 갔습니다.

 때야 선비는 자기가 한 일을 후회 하였으나 소용이 없었습니다.

소녀는 그 후부터는 혼자 춤을 추고 하였는데 너무나 처량 하여 볼 수가 없었습니다.

선비는 죽은 소년을 위해 슬픈 곡조의 가야금을 타 주었습니다.